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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stic 04: 플라스틱 프리 운동(Plastic Free Movement)

2026-07-22 204

Plastic 04

플라스틱 프리 운동(Plastic Free Movement)

 

보틀팩토리의 제로웨이스트 실험, 비즈니스의 성공과 한계

플라스틱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 것이다. 말은 단순하지만, 이 단순한 문장을 비즈니스로 전환하는 일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일회용 컵 하나를 없애려면 그것을 대체할 컵이 필요하고 그 컵을 빌려주고 수거하고 세척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며, 그 시스템을 유지할 수익 수조가 갖춰져야 한다.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는 가치관 이전에 물류의 문제이고, 철학이기 이전에 사업 모델의 문제이다.

 

이 글에서는 서울 연희동에서 일회용품 없는 카페를 운영하는 보틀팩토리의 정다운 대표의 인터뷰를 담았다. 패키지 디자이너 출신인 정다운은 매일 쓰레기를 만들어내던 자신의 직업에 의문을 품었고, 재활용 수거차를 따라다닌 끝에 분리배출을 잘 하는 것보다 일회용품을 적게 만다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1) 보틀팩토리 정다운 대표, 2022

 

이 글에 실린 정다운 대표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보틀팩토리가 제안한 제로웨이스트 모델이 4년간 어떤 행보를 보였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동시에, 전 세계에서 비슷한 실험을 시도했던 제로웨이스트 매장들이 2024년과 2026년 사이에 어떤 현실과 맞닥뜨렸는지, 그 성공과 한계를 함께 살펴본다. 


 

쓰레기 수거차를 따라다닌 디자이너

정다운은 플라스틱의 문제를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알게 된 사람이다. 패키지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매일 아름다운 포장을 만들었지만, 그 포장이 결국 모두 버려진다는 사실이 불편했다. 몇 달간 재활용 쓰레기 수거차를 직접 따라다닌 끝에, 그녀가 도달한 결론은 분리배출의 한계였다.

 

(2) 불편한 생활의 실험, 정다운, 2017

 

 

예전부터 패키지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어요. 아름답고 정성스럽게 포장된 패키지를 보면 마음이 행복했죠. 하지만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니 결국에는 다 버려지는 것이더라고요. 게다가 패키지 디자이너였던 시기에는 프리미엄 패키지가 유행이었어요. 선물 박스에 자석을 달라 잘 여닫히게 하고 겉모습도 화려한 포장지로 감쌌죠. 그런 패키지는 재활용하기 더 힘들어요.”

2016, 정다운은 일회용 컵 없는 팝업 카페를 시도했다. 유리병에 음료를 담아 판매하고, 1,000원의 보증금을 받고, 병을 반납하면 돌려주는 시스템이었다. 당시 재활용에 대한 문제의식이 거의 없던 시기였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보증금을 내거나 유리병에 음료를 담아주는 것에 대해 항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 것만으로도 큰 성공이라고 생각했죠. 공감해주는 사람도 많았어요.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것에 죄책감을 갖고 있었는데 이런 경험을 하게 되어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3) 보틀라운지(Bottle Lounge), 2022

 

이 경험은 연희동 보틀라운지(Bottle Lounge)의 개점으로 이어졌다. 보틀라운지는 단순히 카페라기 보다는, 카페를 플랫폼으로 일회용품 없는 일상의 실험장으로 볼 수 있다. 매장에서는 유기농 비누, 쳔연 수세미, 스테인레스 빨대 같은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판매하고, 채식 식재료도 소량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커피 전문가가 아닌 제가 카페를 운영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에 대한 경험을 하고 일상의 방식을 조금씩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에요. 시선을 조금만 달리하면 평소 내가 이렇게 많은 플라스틱 제품을 버리고 살았나 싶거든요. 더 많은 사람들이 늦기 전에 그런 경험을 꼭 해보면 좋겠어요.”


 

플라스틱 없이 사고파는 방법 채우장, 유어보틀위크, 리턴미 컵

보틀팩토리가 의미있는 점은 일회용품을 쓰지 말라는 당위를 외치는 대신, ‘일회용품 없이도 사고팔 수 있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실험했다는 점이다. 그 실험의 세 가지 축이 바로 채우장, 유어보들위크, 리턴미 컵이다.

 

채우장은 소비자가 용기를 가져오지 않으면 아무것도 살 수 없는 장터이다. 정다운은 이 장터를 시작하기 한 달 전부터 SNS에 참여 품목과 필요한 용기를 상세히 안내했다. 결과는 예상을 넘었다.

 

첫 번째 채우장을 열었을 때 그 많은 사람들이 전부 용기를 착착 준비해 온 것을 보고 정말 놀랐어요. 첫 회가 무사히 끝난 후에는 가능성이 검증되어서 가게들의 참여도 늘고 점점 더 활발해졌어요.”

 

 

유어보클위크는 채우장의 실험이 일주일에서 3주로 확장된 제로웨이스트 생활 프로그램이다. 참여 가게 60곳 이상, 연희동에서 서촌과 인천 배다리마을까지 가히 확장된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정다운이 강조한 것은 동네 가게들이 직접 참여한다는 것이었다. 인기 브랜드를 초청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 동네에 있는 카페와 베이커리, 꽃집과 세탁소가 일정 기간동안 일회용품 없이 영업해보는 것이다.   

 

내가 사는 커뮤니티에 생산을 하는 가게와 소비자들이 있고 그들이 제로웨이스트와 연결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거죠. 가끔 채우장과 유어보틀위크에서 만났던 가게에 행사가 끝난 후에도 포장 없이 판매하는지 문의하는 손님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게 바로 저희가 바라는 일이에요.”

 

(4, 5) 리턴미 컵, 2022

 

리턴미 컵은 보틀팩토리의 가장 구체적인 제품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일회용 컵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다회용 플라스틱 컵으로, 뜨거운 음료에도 환경호르몬이 배출되지 않는 에코젠(Ecozen) 소재를 사용했다.

 

여러 소재를 고민하고 실험하다 결국 플라스틱으로 결정했어요. 가볍고 깨지지 않고 안전한 소재를 찾다 보니 플라스틱만 한 게 없더라고요. 일회용품을 무분별하게 사용해서 그렇지, 플라스틱 자체는 나쁜 소재가 아니거든요. 그래서 버리지 않고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 컵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6, 7) 보틀라운지(Bottle Lounge) 내부 집기, 2022

 

결국 문제는 소재가 아니라 사용 방식이라는 것. 보틀팩토리가 추구하는 것은 플라스틱 없는 세상이 아니라 플라스틱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리턴미 컵은 이후 보틀클럽(Bottle Club) 앱과 연동되어, 대여와 반납을 디지털로 관리하고 탄소중립 크레딧을 적립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하였다.

 


4년 후의 보틀팩토리

2020년 현재, 보틀팩토리는 여전히 운영 중이다. 연희동 본점은 서울 서대문구에서 제로웨이스트 카페와 매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2023년에는 서초구 방배숲환경도서관 내에 보틀라운지 방배점을 새로 열었다. 비건 스낵과 음료를 제공하는 이 공간은 도서관이라는 공공 인프라 안에 제로웨이스트 카페를 입주시킨 모델로, 보틀팩토리의 새로운 확장 방식을 보여준다.

 

리턴미 컵과 보틀클럽 앱은 여전히 가동 중이며, 정다운 대표는 카카오 임팩트 펠로우(Kakao Impact Fellow)로 선정되어 사회혁신 기업가로서의 입지를 이어가고 있다. 채우장 역시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보틀팩코리의 지속을 단순히 성공으로 읽기는 어렵다. 정다운은 인터뷰에서 이미 이 사업의 구조적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했다.

 

(8, 9) 보틀라운지(Bottle Lounge) 내부 집기, 2022

 

보틀팩토리라는 회사와 보틀라운지라는 공간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면 좋겠어요. 두 곳 모두 수익을 많이 내는 구조가 아니라서 항상 원활한 운영에 대한 고민이 있거든요.”

 

2022년 인터뷰 당시에도 솔직한 것이었지만, 2024년부터 2026년 사이의 글로벌 제로웨이스트 비즈니스 지형 속에서 읽으면 더 무겁게 다가오게 된다.

 


전 세계 제로웨이스트 매장의 명암

보틀팩토리가 연희동에서 버티고 있는 동안, 같은 실험을 했던 전 세계의 선구자들은 하나둘 문을 닫았다. 2012년 미국 오스틴에서 문을 연 최초의 제로웨이스트 식료품점 인그리디언트(In.gredients) 2018년 폐업했다. 독일 베를린의 오리지널 언버팩트(Origonal Unverpackt) 2014년 크라우드펀딩으로 시작해 유럽 제로웨이스트 매장의 상징이 된 가게였지만 2023년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뉴욕의 패키지 프리 샵(Package Free Shop)은 브루클린과 맨해튼의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닫고 온라인으로 전환하였다. 영국의 11년 된 제로웨이스트 레스토랑 사일로(Silo) 2025 10월 폐업을 선언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성수동의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샵 더피커(The Picker) 2024 8월 오프라인 매장을 닫았다. 한국 제로웨이스트 산업의 상징적 공간 중 하나였던 더피커의 성수 매장 철수는, 이 비즈니스 모델의 구조적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10) 더피커(The Picker) 성수 매장, 2022

 

정다운이 인터뷰에서 말한 불편함은 소비자 측면의 문제이기도 하다. 채우장이 성공한 것은 사전 안내를 한 달간 집중적으로 했기 때문이며, 유어보틀위크가 일주일만을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제로웨이스트는 소비자에게 추가적인 준비와 노력을 요구하며, 이 불편함을 지속적으로 감수할 소비자의 수는 사업의 규모를 제한한다.

 


정책의 전진과 후퇴, 한국의 일회용품 규제 현실

제로웨이스트 비즈니스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소비자의 의미만은 아니다. 정책이 시장을 만들고, 정책의 후퇴가 시장을 무너뜨릴 수가 있다. 한국의 일회용품 규제는 이 역학을 그대로 보여준다.

 

2022, 한국 정부는 카페와 음식점에서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했다. 보틀팩토리가 2016년부터 자발적으로 실험해온 것을 정부가 의무화한 것이다. 그러나 2023 11, 정부는 이 정책의 핵심 부분을 번복한다. 일회용 종이컵 금지와 플라스틱 빨대 금지가 유예된 것이다. 이유는 몇 가지를 들었지만, 다회용 컵 세척에 따른 인건비 부담과 종이 빨대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 정책 후퇴는 제로웨이스트 비즈니스에 이중의 타격을 주게 된다. 일회용품이 다시 허용되면서 소비자가 불편한대안을 선택할 동기가 줄어들게 된다. 또한, 규제가 시장을 만들 것이라는 기대 속에 투자한 다회용기 사업자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흔들린다. ,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다.

 

2025년 현재 한국 정부는 음식점과 카페의 포장재를 퇴비화와 재활용이 가능하거나 재사용 가능한 소재로 전환하도록 하고 있으며, 일회용 컵의 무상 제공 금지(‘컵 따로 계산제’)를 추진 중이다. 2030년까지 대부분의 일회용 플라스틱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정부의 목표는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2023년 정책의 번복은, 정책이 전진할 수도 있지만 후퇴할 수도 있다는 교훈을 남겼으며, 그 사이에서 비즈니스는 자체적인 생존 논리를 갖추어야 한다.

 


동네가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 보틀팩토리의 생존 전략

전 세계 제로웨이스트 매장들이 폐업하는 가운데, 보틀팩토리가 살아남은 이유에 대한 단서는 인터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정다운이 반복적으로 강조한 것은 동네였다.

 

“<로컬의 미래>라는 책을 읽으면서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그 책에서 말하는 로컬의 개념은 어떤 지역이나 지방보다 한 사람을 둘러싼 규모와 면적을 말해요. 내가 사는 커뮤니티에 생산을 하는 가게와 소비자들이 있고 그들이 제로웨이스트와 연결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거죠.”

 

유어보틀위크에서 인기 브랜드가 아니라 연희동 주변 가게를 셀러로 참여시킨 것, 채우장에서 전국 당위 유통이 아니라 동네 소상공인과 협업한 것, 지역의 50년 된 가게를 제로웨이스트 컨설팅으로 변화시킨 것, 이 모든 선택은 규모의 확장이 아니라 밀도의 깊이를 추구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11) 보틀팩토리에서 제로웨이스트 컨설팅한 경복쌀상회, 2022

 

이 많은 쓰레기는, 매일 마시는 일회용 컵은 다 어디로 가는 걸까? 몇 달간 재활용 쓰레기 수거차를 따라다니는 모험을 한 끝에 알게 된다. 모두가 올바르게 재활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리배출을 열심히 할 게 아니라 일회용품을 적게 배출하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것을 깨달은 후 정다운 대표의 인생은 플라스틱 프리에 초점이 맞춰졌다.”

 

글로벌 제로웨이스트 비즈니스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은, 소비자 대면 소매 산업에서의 구조적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현실이다. 성공 사례로 꼽히는 기업들인, 웨이스트엑스(WasteX, 폐기물을 바이오차로 전환하는 싱가폴 기업), 뉴벨기에 브루잉(New Belgium Browing, 매립 폐기물 99.9% 전환하는 미국 기업)은 모두 B2B 또는 제조업 기반이다.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매장이 살아남으려면, ‘제로웨이스트라는 가치만으로는 부족하고, 커뮤니티 안에서의 관계와 신뢰가 사업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

 

제로웨이스트 시장 자체는 성장하고 있다. 2025년 기준 글로벌 제로웨이스트 시장 규모는 약 2,909억 달러이며, 2030년에는 4,249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성장의 주축은 소매 매장이 아니라 기업의 폐기물 관리, 폐기물-자원 전환 기술, 순환경제 인프라 등이다. 하지만 결국은 소비자와의 신뢰 관계를 기반으로 단단한 커뮤니티를 구축한 기업만이 시장을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다.

 


플라스틱 프리는 끝이 아니라 질문이다

보틀팩토리가 4년간 보여준 것은 제로웨이스트의 성공 모델이 아니라 생존 방법이다. 그리고 그 생존의 핵심은 규모가 아니라 밀도에 있다. 연희동이라는 동네와 채우장이라는 장터, 50년 된 가게를 포함하여 유어보틀위크에 참여한 60곳의 가게들. 정다운은 글로벌 트렌드를 따른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사는 동네의 반경 안에서 가능한 것들을 실험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제로웨이스트 샵들이 문을 닫고, 한국의 더피커도 성수동을 떠난 2024년에서 2026년 사이, 보틀팩토리는 연희동에 남아 있고, 방배동에도 새 공간을 열었다. 그 차이가 무엇인지를 묻는 것은, 제로웨이스트의 미래가 어디에 있는지 묻는 것과 같은 질문일 것이다.


 

이미지 출처:

(1, 3-9, 11) 매터매거진(Matter Magazine) ©맹민화

(2) 정다운의 브런치 (https://brunch.co.kr/@dawoonchung)

(10) 더 피커(The Picker) 홈페이지 (www.thepicker.net)
 


  

 

       

     · 해당 게시물은  LABMZERO와의 협약을 통한 KIDP의 오리지널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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