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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stic 02: 바이오 플라스틱(Bio Plastic)

2026-06-19 489

Plastic 02

바이오 플라스틱(Bio Plastic)

황성연 박사의 바이오 플라스틱 연구와 한국 바이오 플라스틱 산업

 

플라스틱이 ‘신의 선물’이라 불리던 시대가 있었다. 석유 부산물에서 추출한 나프타로 거의 공짜나 다름없이 생산할 수 있었던 이 물질은 대중문화와 소비문화의 급속한 확산을 이끌며 20세기의 성장 동력이 되어왔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사용 후 버려지는 플라스틱 누적량이 84억 톤에 달하는 오늘날, 플라스틱은 지구적 규모의 골칫거리가 되었다. 썩지 않는 물질인 플라스틱은 그대로 토양과 해양에 쌓이고, 또한 소각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유독 물질을 발생시킨다. 만약 플라스틱이 나무처럼 썩을 수 있다면 어떨까.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화학연구센터장 황성연 박사는 이 질문에 17년 넘게 매달려 온 연구자이다. 2019년 생분해 바이오 플라스틱 개발에 성공하였고, 그 기술을 산업계에 이전한 후, 한국의 바이오 플라스틱은 실험실을 벗어나 공장으로, 그리고 글로벌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PHA, SK의 PBAT, 삼양사의 이소소르비드(ISB) 등 2024년 이후 한국의 주요 화학 기어들은 바이오 플라스틱 대량생산 체계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 글에서는 울산 한국화학연구원에서 만난 황성연 박사의 인터뷰를 출발점으로, 오늘날 한국 바이오 플라스틱 산업이 어떤 발전을 만들고 있는지, 그리고 그 발전에 연구자가 2022년 내다보았던 미래와 얼마나 겹쳐지는지를 살펴본다.  

 

 

(1) 황성연 박사, 한국화학연구원, 2022



섞는 플라스틱의 과학

인터뷰에서 황성연 박사는 바이오 플라스틱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순수한 재미’라고 표현했다. 비인기 학문이라 굶어 죽는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연구 결과물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매료되었다고 말한다.

 

“특별한 계기가 있다기보다는 우연히 바이오 플라스틱을 알게 된 것이 자연스러운 시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바이오 플라스틱 연구만 17년째 하고 있는데, 제가 선택할 당시에는 비인기 학문이라 그거 하면 굶어 죽는다고 했지만 순수하게 재미있었어요. 대다수의 연구자가 연구의 가치에 몰두하는 데 반해 저는 제가 연구한 결과물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부분에 매료되었습니다.”



(2) 석유계 플라스틱 원료 펠릿(Pellet), 2022

 

 

황 박사가 바라보는 플라스틱은 단순한 환경오염원이 아니다. 그는 플라스틱이 현대 문명을 가능하게 한 물질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일회용 주사기, 영화 필름, 합성섬유로 만든 의류 등 플라스틱이 없었다면 대중문화도, 공산품의 대중화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지금이라 플라스틱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탄받지만 세상에 처음 나온 1870년대에는 ‘신의 소재’라고 추앙받았어요. 물자가 귀하던 시절이라 옷을 만들려면 목화를 따거나 동물 가죽을 벗겨야 했고, 자동차를 만들려면 광산에서 철을 구해야 했어요. 그런 것은 구하기 어렵고 노동과 시간이 많이 투입되는 유한 자원이죠.”

 

“우리가 백신을 맞을 때 사용하는 일회용 주사기도 모두 플라스틱입니다. 영화 역시 예전에는 오페라나 연극으로 즐기던 공연이 필름이 개발됐기 때문에 대중화될 수 있었어요. 귀족만의 전유물이던 문화의 무게중심이 대중에게로 이동한 것도 플라스틱이라는 재료 때문이에요. 관리를 못하는 인간이 재앙을 만드는 거죠.”

 

 

(3) 박리된 플라스틱 섬유와 미세 플라스틱, 2022

 

 

그렇다면 이 물질은 왜 섞지 않는가. 황 박사는 플라스틱의 분자 구조를 짚으며, 500년이 걸린다는 분해 시간의 과학적 근거를 설명한다. 

 

“석유계 플라스틱은 탄소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요. 탄소가 몇 개 붙어 있느냐에 따라 결합력에 의한 강도가 결정되죠. 플라스틱이 분해가 안 되는 까닭은 이 결합력이 강력해서 미생물이 탄소 구조의 고리를 끊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통상적으로 이 고리를 끊는 데 500년이 걸린다고 알려져 있어요. 분해가 잘 안 된다는 점이 플라스틱의 장점이자 단점이죠.”

 

 

(4)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 2022

 

바이오 플라스틱은 이 문제에 대한 과학적 응답이다. 옥수수나 사탕수수 같은 자연물에서 추출한 고분자를 원료로 사용하며, 미생물이 공격할 수 있는 ‘문’을 분자 구조에 만들어 넣는 것이 핵심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생분해 메커니즘은 열화, 생물 절단, 동화작용, 광화작용 4단계로 이루어집니다. 쉽게 설명하면 플라스틱은 탄소가 계속 이어져 있는 구조예요. 생분해라는 것은 미생물이 이어진 연결 고리를 끊는 거죠. 쪼개져야 분해가 되는데 석유계 플라스틱은 탄소와 탄소 사이의 결합력이 매우 강해 미생물이 침입할 힘이 부족합니다. 너무 단단하니까요. 그래서 우리가 미생물이 들어갈 수 있는 문을 하나 만들어 주는 거예요.”

 


(5) 식물기반 바이오 플라스틱 원료 펠릿(Pellet), 2022

 

그러나 황 박사는 바이오 플라스틱이 만능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고, 재활용 및 재사용이 그 다음이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그 이후의 보완재이지, 대체재가 아니다.

 

“바이오 플라스틱이 만능 해결책인 것처럼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가장 좋은 방법은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겁니다. 재활용 및 재사용은 그 다음 단계이죠. 그러나 이러한 방법만으로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플라스틱의 생산량을 줄이기도 버겁습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안 쓸 수도 없죠. 예를 들면 지금 우리가 옷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이유는 100% 면 섬유가 아니라 플라스틱 합성섬유로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다시 말해 플라스틱이 공산품의 대중화에 기여를 한 것입니다. 그러나 너무 많이 만든 것이 문제죠.”

 

특히 황 박사가 강조한 것은 ‘그린워싱’에 대한 경계다. 친환경 인증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제품들이 시장에 범람하고 있으며, 소비자는 이를 구별하기 어렵다.

 

“최근 석유계 플라스틱 중 생분해되지 않으면서 친환경 마크를 받은 제품이 많이 출시되고 있어요.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인 것처럼 홍보하는 그린워싱 소재가 많이 존재합니다. 친환경 인증 EL 727에 따르면 석유계 플라스틱에 비해 바이오매스 함량이 20% 첨가되면 인증받을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 원료 자체가 바이오매스가 아니라 목분계, 커피 폐기물 등을 30% 정도 섞어서 친환경 인증을 받는 건데, 엄연히 따지면 친환경 제품이 아니죠. 재활용도 분해도 안 되니 사실 더 나쁩니다.”

 

연구실에서 공장으로 — 비닐봉지가 바꾼 것들

황성연 박사의 연구가 실험실을 넘어 대중의 관심을 끌게 된 계기는, 의외로 소박했다. 생분해 비닐봉지를 직접 만든 것이다. 

 

“내가 농담 삼아 ‘우리가 만드는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비닐봉지 만들면 어떨까? 했어요. 유럽에는 생분해 비닐봉지가 많은데 맥주 몇 캔 담으면 찢어져요. 한국 사람은 손으로 드는 것에 익숙해서 비닐봉지를 양팔로 안고 움직이지 않거든요. 사용할 때 내구성도 있고, 나중에 분해도 되는 비닐봉지를 만들고 난 뒤 우리 연구소가 포털 사이트 과학 분야에서 처음으로 검색어 1위를 해봤습니다. 응원하는 댓글에 힘을 얻기도 했고요.”

 


(6) 바이오 플라스틱 기반 비닐 소재를 실험하는 과정, 한국화학연구원, 2022

 

 

2019년 12월, 한국화학연구원은 개발한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 제조 기술을 SKC에 이전했다. 황 박사는 이것이 국내 최초의 대량생산 시설로 이어질 것이라 예고했다.

 

“2019년 12월에 우리 연구실에서 개발한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 제조 기술을 SKC에 기술 이전했어요. SKC는 7만 톤 생산시설을 구축할 것이라고 최근 발표했고요. 2023년 공장 투자까지 이어질 예정입니다. 이는 국내 최초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 생산시설이 될 겁니다. 플라스틱은 장치 산업이기 때문에 공장이 있어야 저렴하게 대량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기업이 많아지면 생분해성 플라스틱 가격도 점점 낮아질 거예요.”

 

 

(7) 바이오 플라스틱 기반 비닐 소재를 실험하는 과정, 한국화학연구원, 2022

 

 

황 박사가 2022년 인터뷰에서 내다본 미래는 4년이 지난 지금, 상당 부분 현실이 되었다. SKC(현 SK리비오)는 2024년 5월 베트남 하이퐁에 세계 최대 단일 PBAT 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연간 생산 능력 7만 톤, 추가로 PBS 5만 9,500톤 등 총 1억 달러 규모의 투자다. 2025년 3분기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며, 100% 재생에너지로 가동될 예정이다.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이전받은 나노셀룰로오스 강화 PBAT 기술이 이 공장의 핵심 기술 기반이다. 

 

이와 더불어 한국 바이오 플라스틱 산업화의 선봉에 선 또 다른 플레이어가 있다. CJ제일제당은 인도네시아 파수루안 공장에서 PHA(폴리하이드록시알카노에이트) 생산을 시작하며, 전통 화학 기업이 아닌 바이오 기업으로서 시장에 진입했다. 현재 연간 5,000톤 규모에서 출발해 6만 5,000톤까지 확대할 계획을 밝혔으며, 2024년 11월에는 유럽과 미국에 5억 7,200만 달러 규모의 신규 시설 투자를 발표했다. 일본 이토추 상사와의 파트너십으로 2026년 상반기 일본 시장 진출을 예고했고, 인도의 Konspec과 생분해 식기류 공급 계약을, 네덜란드 BIQ Materials와는 유렵 인조잔디 충전재용 PHA 협력을 체결했다.

 


(8) PHA 소재의 제조 과정, CJ제일제당, 2026

 

 

황 박사가 인터뷰에서 강조했던 메시지 — ‘기업이 참여해야 가격이 내려가고, 가격이 내려가야 중소기업의 시장이 열린다’ — 는 정확히 흐름을 예견한 것이었다.

 

“연구자보다 제품 개발에 대한 노하우와 지식이 있는 기업이 이런 제품에 맞는 소재가 있는지 문의하면 우리는 좀 더 특화된 연구를 할 수 있습니다. 산업의 구조적 문제로 국내 중소기업은 생산하기 어렵지만 대기업이 저렴한 가격의 소재를 생산하면 가공을 통해 중소기업의 신규 시장도 창출할 수 있습니다.”

 

 

규제가 만드는 시장 — EU 지침과 한국의 선택

바이오 플라스틱 산업화를 가속시킨 것은 기술만이 아니다. 규제가 시장을 만들었다. 유럽연합(EU)의 일회용 플라스틱 지침(SUP Directive)은 2021년 발효 이후 단계적으로 시행 범위를 넓혀왔다. 2024년 7월부터 음료 용기의 뚜껑 분리 방지가 의무화되었고, 2025년에는 PET병에 최소 25%의 재활용 원료 사용이 요구된다. 2026년에는 회원국별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 감축 성과를 측정한다. 

 

한국 역시 발맞추고 있다. 2025년부터 음식점과 카페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이 제한되며, 정부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30% 감축을 목표로 내걸었다. 생산자 채임 재활용(EPR) 제도는 더욱 강화되고 있으며, 가정용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 인프라는 생분해 플라스틱 처리 시스템과 연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황 박사는 2022년 인터뷰에서 이러한 규제의 방향을 읽고 있었다. 

 

“결국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강한 규제를 걸어야 합니다. 석유화학 기업에 생산량을 줄이라고 제재를 가하는 거죠. 재활용 플라스틱 10만 톤을 사용하려면 생산량 10만 톤을 줄여야 한다는 식으로요. 이미 유럽에서는 플라스틱세를 도입했습니다. 우리나라도 곧 플라스틱세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에 재활용 소재나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 기업에 대해서는 세금 감면 등의 제도적 보완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규제는 한국 바이오 플라스틱 기업에게 수출 시장의 문을 열어주는 열쇠이기도 하다. 유럽연합(EU)은 2031년부터 인조잔디에 석유 기반 충전재 사용을 금지한다. 유럽 전역에 5만 개의 인조잔디 축구장이 있고, 충전재 교체 주기는 4~8년이다. CJ제일제당이 BIQ Materials와 손잡고 PHA 기반 충전재를 개발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글로벌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약 140억 달러로 추산되며, 2030년에는 4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자가 본 미래, 산업이 만든 현실

황성연 박사는 인터뷰 마지막에서 자신의 계획과 함께 한 가지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 연구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바이오메디컬 분야의 연구를 하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또 해양에서 분해가 잘 되어 물고기나 생태계에 유해하지 않은 플라스틱도 연구하고 싶어요. 이 인터뷰를 통해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보통 제 이름을 내건 개인 인터뷰를 많이 하는데, 미래 기술 개발은 혼자가 아니라 팀을 이루어 하고 있어요. 함께하는 연구자와 동료들에게 늘 감사합니다.

 

 

(←9) 울산시에서 사용 중인 생분해 비닐봉지, 2022  |  (→10) 한국화학연구원, 2022

 

 

2022년 울산 연구실에서의 이 인터뷰로부터 4년이 흐른 지금, 황 박사가 기술을 이전한 SKC는 베트남에 세계 최대 PBAT 공장을 짓고 있고, CJ제일제당은 PHA로 글로벌 시장 리더십을 선언하였다. 한국화학연구원의 한 연구실에서 출발한 기술이 인도네시아, 베트남, 유럽, 인도, 일본으로 뻗어 나가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황 박사의 말처럼, 플라스틱 문제의 해결은 어느 한 사람의 일이 아니다. 연구자가 원천 기술을 만들고, 기업이 대량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정부가 규제와 인센티브로 시장을 설계하고, 소비자가 선택으로 응답하는, 이 모든 것이 맞물려야 한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그 첫 번째 실험이자, 한국이 화학 소재 분야에서 기준을 만드는 국가로 전환할 수 있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이미지 출처: 

(1-7, 9-10) 매터매거진(Matter Magazine) ©맹민화

(8) CJ제일제당 ([www.cjbiomaterials.com](http://www.cjbiomaterials.com))

 

 

 

· 해당 게시물은 LABMZERO와의 협약을 통한 KIDP의 오리지널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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