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목재 재활용을 통한 친환경 실천
목재는 자연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가공이 쉬워 인류 문명에 있어 역사가 깊은 재료 중 하나다. 건축, 인테리어, 가구, 제품 및 종이까지 쓰임이 무궁무진한 목재는 가공 시 버려지는 부산물이 많이 발생하고 강도가 약하다는 단점도 있다. 또, 무분별한 목재 생산은 자연과 산림의 파괴를 불러일으켰으며 이는 목재 자원의 부족과 원가 상승을 초래했고 2000년대 이후 급격한 기후변화 역시 목재 자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폐목재를 재활용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데, 2021년이래 폐목재 재활용 시장은 연평균 4% 이상 성장하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재활용되는 목재는 임목 폐기물, 건설 폐기물, 생활 폐기물, 사업장 폐기물로 분류된다. 이 중 손상되지 않은 깨끗한 폐목재만이 재활용되는데, 주로 파티클보드, 우드펠릿, 우드칩으로 만들어지며 일부는 바이오매스 에너지로 활용된다. 목재를 태워서 화력 에너지로 만드는 바이오매스는 재활용이라고 하지만, 폐목재를 태워서 버렸던 기존 방법과 똑같이 탄소 배출량을 높아지는 방법이다. 이에 미국과 유럽은 점진적으로 그 비중을 줄이고 다른 재활용 방법의 비율을 높이고 있다.
한국 역시 폐목재 재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활용 방법이 한정적인데, 주로 파티클보드와 합판의 원료로 사용하며 팬데믹 이후에는 바이오매스 에너지로 사용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폐목재를 재활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물질 순환을 이뤄 환경을 보호하는 데 있다. 이에 독창적인 방법으로 폐목재를 재활용하는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국내 폐목재 반입 및 활용도, 이미지 출처 : 한국일보
1. Mater
2006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탄생한 Mater(메이터)는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가구 브랜드다. 라틴어로 어머니를 의미하는 이 브랜드명에는 ‘어머니와 같은 지구’를 위한 자연 친화적인 제품을 만들겠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디자인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력을 잘 알고 있는 메이터는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생산과정을 수 년간 연구해왔으며 그 결과 섬유와 나무 톱밥, 커피 찌꺼기, 플라스틱 등 5가지의 폐기물을 결합해서 만든 특허 소재 Matek(메이텍)을 2023년에 출시했다. 이는 대리석이나 테라조와 같은 촉감과 물성을 가지며 내구성과 방수성이 뛰어나다. 또한 메이터와 덴마크의 오이오 스튜디오(OEO Studio)가 협업하여 선보인 ‘Compound & Lily Collection(컴파운드 & 릴리 컬렉션)’의 의자와 테이블은 목재 가구 생산 시 발생한 목재 폐기물과 커피 찌꺼기, 전자기기 폐기물을 결합해서 만든 메이텍을 사용했다. 이 컬렉션의 미니멀한 디자인과 메이텍의 자연스러운 질감이 어우러져 집과 사무실 어디든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2. Fallen & Felled
폴런 앤 펠드(Fallen & Felled)는 런던의 버려지는 가로수를 재활용하는 영국의 목재 회사다. 런던및 인근 지역에서는 1년에 5천 그루 이상의 나무가 자연재해로 쓰러지거나, 도시 개발로 버려지는데 이렇게 발생한 폐기물은 땔감이나 바이오매스 연료로 사용되어 연간 1톤 이상의 탄소를 배출한다. 취미로 가구를 만들던 브루스 선더스(Bruce Saunders)는 집 근처 나무가 벌목되는 모습을 보고 이를 재활용하는 사업을 떠올렸고 2018년, 폴런 앤 펠드를 설립했고 이후 버려지는 도시의 가로수를 모아 판자로 만든 뒤, 최대 2년 이상 천천히 건조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렇게 자연 건조한 목재는 수분 함량이 줄고 강도, 내구성, 탄력성이 높아지며 마지막 단계로 일주일간 40~50℃ 온도의 가마에 넣어 가공하면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사용할 수 있는 견목재로 탄생하게 된다. 이처럼 무심코 버려지는 도시의 가로수에 두 번째 쓰임을 선사하여 지속 가능한 디자인이 가능하도록 돕고있다.
3. Vibaum
한국의 가구 브랜드 비바움(Vibaum)은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지역의 100년이 넘은 가옥에서 나온 폐목재를 사용하여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을 만든다. 풍부한 자원으로 목재 산업이 발달한 인도네시아에서는 각 지역에서 자란 티크 나무로 집을 짓는데, 바람과 수분에 대한 저항이 높아 습도에 강하고 견고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바움은 인도네시아에서 버려지는 자투리 목재와 사용하지 않는 원목 가구를 재가공하여 자기만의 철학이 담긴 가구로 만든다. 재생 원목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 화려하지 않게 소박하고 간결하게 디자인하며, 하나의 가구가 여러 용도로 활용될 수 있게 함으로써 공간이 달라져도 가구를 버리지 않고 오래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한편, 비바움은 지속 가능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브랜드 철학을 지키기 위해 순이익의 1%를 지구 환경 보호에 기부한다.
Vibaum
4. PlanToys
플랜토이즈(PlanToys)는 아이들을 위한 친환경 장난감을 만드는 태국의 장난감 브랜드로 라텍스가 없는 고무나무와 친환경 색소, 무독성 코팅제를 사용하여 건강한 원목 장난감을 만들며 전 제조 과정을 윤리적으로 운영하며 주목을 받았다. 또한 환경에 최대한 해를 입히지 않는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고자 하며 장난감 제작 시 발생한 탄소 배출량을 제품 포장재에 기재하는 등 진보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또한, 2010년에는 태국의 까셋삿(Kasetsart) 대학교와 협력하여 장난감 제조 과정 중 발생하는 톱밥을 재활용한 소재 ‘플랜우드(PlanWood)’를 개발했다. 이는 톱밥과 무독성 접착제를 섞은 것으로, 알록달록한 색상은 식물과 광물에서 추출된 유기 색소를 사용하여 구현하며 나무를 깎아서 만드는 다른 원목 장난감과 달리 이 장난감은 모형 틀로 제작되기 때문에 섬세하고 다양한 형태의 디자인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5. 한국도자재단 놀이터
2023년 12월, 한국도자재단은 여러 전시와 행사에서 사용되었던 폐목재 6톤을 재활용하여 경기도자미술관에 어린이 놀이터를 조성했다. 이는 경기도 사회적경제원의 ‘2023년 사회환경 문제 해결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되어 진행한 사업으로, ‘어린이날다 사회적협동조합’과 협력하여 만들었다. 특히, 놀이터 짓는 과정에 아이들이 직접 참여했으며 개장 이후 친환경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아이들에게 환경에 관한 인식을 확산시키는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산림청의 분석 결과, 한국도자재단의 놀이터는 약 10톤 이상의 탄소 저감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6. Weonrhee
한국 공예가 이종원은 목재 합판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준 미달로 발생한 폐기물을 압축해서 만든 패럴램(Parallam)으로 가구를 만든다. 패럴램은 철강과 콘크리트 이상의 강도를 지니기에 건축물의 하중을 지탱하는 구조체로 쓰이는데, 이 작가는 카페 철거 현장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후 2021년부터 작업의 주요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파쇄된 목재 조각이 평행하게 배열되어 생긴 강렬한 패턴과 거친 질감에서 원시성을 느끼게 하며, 표면을 염색하여 색을 입히고, 톱, 끌, 망치와 같은 연장을 사용하여 형태를 다듬는다.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우드칩은 작품 표면의 구멍을 메꾸는 데 사용되며 망치로 우드칩을 각 구멍에 박은 후, 톱과 끌을 사용하여 표면을 정리한다. 재활용 목재의 독특한 질감과 형태로 인해 이 작가의 작품은 2023년 밀라노국제가구박람회의 살로네 사텔리테(Salone Satellite)에 최종 입상되었으며, 2024년에는 로에베 공예상 최종 후보 30명에 선정되기도 했다.
7. Wooden Wood
이스라엘의 친환경 & 디자인 연구소 D.DLab (Disrupt.Design Lab)의 기업 목표는 새로운 방식으로 폐기물을 활용한 디자인을 선보여 목재의 수명 주기를 늘리는 것이다. 이에 2023년, 3D 프린터로 폐목재 재활용 가구를 만드는 ‘우든 우드(Wooden Wood)’를 선보였다. 이는 나무 톱밥에서 추출한 셀룰로오스 성분을 가공하여 3D 프린터로 등나무 질감과 비슷한 목재 섬유를 만드는 기술로, 천연 소재이기에 100% 생분해가 가능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의자는 라틴 공예처럼 나무를 하나씩 교차해서 직조한 것처럼 보인다. 기술로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구현한 우든 우드는 전통 공예와 디지털 공예의 결합은 물론, 3D 프린트 재료로서 폐목재의 가능성을 보여준 프로젝트이다.
8. The Nue Co.
2017년 미국 뉴욕에서 탄생한 뷰티 & 헬스 브랜드 더 뉴 코(The Nue Co.)는 친환경적이고 건강한 화장품 및 향수를 선보이고 있다. 후각이 인간의 뇌와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스트레스 해소와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되는 향수를 개발하는데 이 중 2020년 겨울에 출시한 향수 ‘포레스트 렁스(Forest Lungs)’는 숲 속의 삼림욕에서 영감을 얻어 나무에서 생성되는 유기 화합물인 피톤치드를 복제하는 특허 기술로 제작되었다. 향수의 3가지 원료(파촐리, 삼나무, 베티버) 중 삼나무 향은 가구 제작 시 배출된 톱밥을 분자 증류로 추출한 것으로, 모르코의 업사이클링 프로그램을 통해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공급되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