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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M] 도시를 기억하는 석재

2023-12-13 720

도시를 기억하는 석재

 

거대한 석회암 덩어리를 쌓아 만든 이집트의 피라미드,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여전히 수수께끼인 영국의 거석 기념물 스톤헨지, 페루의 잉카문명이 만들어 낸 공중도시 마추픽추까지. 무언가를 숭배하고 기억하기 위해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지어진 이들 건축물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석재다. 흙과 나무로 지은 주택과 궁전, 성당은 사라졌지만, 석재로 만든 기념물과 건물은 지금까지도 남아 당시의 기억을 전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의 석재는 어떤 모습일까?

 

 

가장 오래된 건축재료 

석재는 흙, 목재와 더불어 인류가 가장 오래전부터 사용한 건축재료다. 자연이 만들어 낸 단단함은 풍화와 마모에도 강해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다. 무겁고 가공이 어려운 것이 단점이었으나, 기술이 발달하면서 쓰임새는 더욱 늘어났다. 구조재로 사용되던 석재는 철근콘크리트와 철골구조가 발달한 이후에는 마감재로 변신하여 도시에 다채로운 표정을 만들고 있다. 매일 등교하는 학교 건물이나 출근하는 사무실 빌딩, 법원과 구 청사를 비롯한 관공서, 원룸으로 들어찬 빌라까지. 석재 건물은 의외로 붉은 벽돌로 지은 연립주택만큼 흔하다. 열에 여덟은 회색 바탕에 검은 점무늬로 익숙한 화강암 패널을 사용한 건물로, 3~4층 빌라부터 고층 빌딩까지 규모와 관계없이 적용 방법은 비슷하다.

 


 

 

획일적인 석재 패널 건물이 많은 가장 큰 이유는 익숙함과 경제성이다. 쉽고 빠르게 짓기 위해 기존에 사용하던 석종과 규격, 시공 방식을 그대로 좇다 보니 다양한 모습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석재는 얼마든지 다채로워질 준비가 되어 있다. 건축가 강대화(강대화디자인 대표)는 “석재는 비정형적인 모습으로 건축가의 상상을 실현하면서도 때로는 규격에 맞추어 실용적으로 쓸 수 있는 양면성을 지닌 재료”라고 말한다. 스위스의 건축가 피터 줌터가 설계한 발스 온천이 두꺼운 규암을 산속에 그대로 켜켜이 쌓은 모습으로 자연의 일부가 된 듯 무게감이 느껴진다면 영국의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마카오의 애플 스토어는 베일처럼 얇게 켜낸 석재를 사용해 빛을 은은하게 흩뿌린다. 두 작품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석재를 사용하지만, 재료 본연의 아름다움을 살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석재의 쓰임

석산에서 채취된 암석은 건축용과 도로포장용 판석, 토목용 경계석과 조경석, 조형물을 제작하는 공예용 등 다양한 용도에 적합한 형태의 제품으로 생산된다. 특히 건물의 내외장재로 쓰이는 건축용 판석은 고유한 색상과 무늬, 그리고 표면의 질감을 처리하는 방법에 따라 다채로운 모습으로 변하며 건물의 외관과 분위기를 좌우한다. 표면 처리 방법은 연마, 버너구이, 잔다듬, 줄다듬, 혹두기 등이 있다. 연마는 연마석을 이용하여 광택이 나도록 매끈하게 갈아내는 방법으로 내장재에 많이 쓰인다. 반면 날망치나 기계로 표면을 쪼는 잔다듬은 주로 외장재에 쓰인다. 

 

 

 


버너구이는 표면에 열을 가하여 거칠게 가공하는 방법으로 잔다듬과 마찬가지로 외장재에 주로 쓰이는데 비용이 더 저렴하다. 줄다듬은 줄톱으로 표면에 줄을 내는 방법이고 마지막으로 혹두기는 표면을 울퉁불퉁한 혹 모양으로 쪼는 것으로 주로 전통 건축에 사용된다. 한국산업표준규격에서는 압축강도 50MPa, 비중 2.5 이상, 흡수율 3% 이하인 석재를 경석으로 구분해 이를 건축용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한국석재공업협동조합은 제주의 현무암을 제외한 국산 석재에 대해 이보다 높은 80MPa 이상으로 단체표준을 정해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
 

 

 


국내의 석재

산지관리법 제2조 4호에서는 석재를 석산에서 채취하여 건축용, 공예용, 조경용, 골재용, 토목용으로 사용하는 암석으로 정의하고 한국산업표준규격에서는 포천석, 거창석처럼 지역 명칭 뒤에 ‘석’을 붙여 세부적으로 분류한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건축용 석재는 암석의 종류에 따라 화강암, 섬록암, 반려암, 흑색사암, 현무암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국산 화강암은 바탕 색상에 따라 백색 바탕에 검은 반점이 있는 백색 계열과 분홍색 바탕에 검은 반점이 있는 분홍색 계열로 구분한다. 백색 계열의 화강암은 건축용으로 가장 많이 생산, 판매되는 것으로 특히 포천, 익산, 거창에 풍부하다. 각각 포천석, 익산석, 거창석이라 불리며 이외에 가평석, 동해석, 남원석, 상주외남석, 안동석이 있다. 익산석은 낭산면과 함열읍, 황등면에서 생산하고 있어 이를 따로 낭산석, 함열석, 황등석이라 지칭하기도 한다. 분홍색 계열은 건물의 일부분에 디자인을 강조하는 요소로 쓰이며 운천석, 상주화북석, 장흥홍석이 있다. 섬록암은 녹회색으로 고흥, 담양 등 전라남도에서 풍부하게 생산되고 흥에서 나는 고흥석이 대표적이다. 반려암은 검은색 계열로 함양군 마천에서 생산되는 마천석이 유일하다. 오석이라고도 불리는 흑색사암은 보령석으로 묘비나 간판 등에 많이 활용되며, 현무암은 제주도에서 생산되고 주로 지역 내에서 쓰인다.

 

 

 

석재의 유통

철과 유리 등의 산업재는 공장에서 규격대로 생산되어 품질에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국내의 화강암과 이탈리아의 대리석은 석종부터 색상과 무늬, 물성까지 어느 것 하나 공통점이 없다. 특히 국내시장은 수입의 비중이 높아 적절한 제품을 골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유통업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석재업체는 크게 생산, 유통, 가공, 시공 네 가지로 나뉜다. 여기서 생산은 석산에서 암석을 채석해 원석이나 20~30mm의 얇은 두께로 잘라 원판slab으로 만드는 1차 생산을 뜻하며, 이를 규격에 맞게 재단하거나 표면을 마감해 제품으로 완성하는 2차 생산은 가공이라 한다. 석재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게 되면서 생산보다는 유통과 시공 업체의 비중이 높다. 다른 건축재료와의 차이점은 같은 석재라도 표면을 어떻게 마감하느냐에 따라 색감과 질감이 달라진다는 것. 그래서 표면 처리, 재단 등의 가공 공정 또한 중요한데, 대부분 유통업체는 기본적인 가공도 함께한다. 

 

 

 


원석을 수입하여 직접 얇은 두께로 할석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원판을 들여와 가공하거나 표면 처리까지 마친 것을 들여와 재단과 측면 가공만 한다. 요즘에는 가공 방법이 워낙 다양해 가공만 전문으로 하는 업체에 외주를 주기도 한다. 석재는 규격이 크고 물량이 많을뿐더러 가공을 위해 별도의 기계설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유통업체는 물류창고와 공장을 수용할 넓은 면적이 필요하다. 대개 수도권에서 자동차로 30분~1시간 이내 거리인 경기도 광주, 안성, 용인 등지에 밀집해 있다. 생산 중심으로 업체가 분포한 지역은 석산이 있는 포천, 익산, 거창 등이다.

 

석재의 선택

원하는 디자인을 어느 정도 생각한 후에 제품을 고르고, 샘플보다는 매장을 방문해 자재나 시공 사례를 직접 보는 것이 좋다. 용도나 물성에 대해서도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적합한 제품인지 확인을 거쳐 결정해야 한다. 석재를 고를 때에는 먼저 표면에 균열이나 흠, 깨짐 등 눈에 보이는 하자가 있는지 살펴본다. 두 번째는 용도와 흡수율이다. 가령 흡수율이 높은 석재를 주방이나 화장실 등 물을 사용하는 공간에 쓰면 쉽게 오염되거나 하자가 생길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석종마다 고유한 색과 무늬가 다르므로 원하는 공간의 분위기에 따라 선택지도 다양하다. 

 


마감재로는 화강암과 대리석이 많이 쓰이는데 실내 재료로는 일반적으로 후자를 더 선호한다. 화강암은 강도가 높고 흡수율이 낮아 저렴한 것은 외장재로, 색상이나 무늬가 아름다운 것은 가구 상판이나 내장재로 쓰인다. 대리석은 색상과 무늬가 아름답지만, 화강암보다 흡수율이 높은 편이라 인테리어 재료로 많이 쓰인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대리석 중에 흡수율이 낮은 것을 외장재로 쓰는 등 용도보다는 원하는 분위기에 맞는 색상과 무늬를 우선시하여 고른다. 흰색 계열의 대리석이 몇 년 전부터 인기이고 회색, 검은색 등 무채색, 실내에는 베이지색 대리석이 많이 쓰인다. 예전에는 용도와 관계없이 광택이 있는 표면을 선호했지만 요즘에는 무광이나 자연스러운 질감을 살리는 경우도 늘었다. 표면을 처리하는 가공 방법이 발달하고 인터넷을 통해 석재에 대해 얻는 정보가 많아지면서 다양한 제품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석재의 시도와 가능성

최근 석재 유통 시장은 기존의 시공업체나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외에 소비자에게 직접 어필하는 방향으로 점차 변하고 있다. 아직 석재 시공사나 가공업체, 건설사 등 업체가 구매하는 비중이 크지만, 셀프 인테리어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일반 소비자의 관심이 늘면서 유통업체에서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가장 많이 시도하는 방법은 전시장의 규모를 넓히고 여러 제품을 전시해 다양한 무늬와 색상의 제품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석재는 같은 석종이라도 색상과 무늬가 제각각이라 대부분 전시장에서 제품을 확인하고 현장에서 바로 구매한다. 유통업체마다 온라인이나 전화 주문보다는 오프라인 구매의 비중이 높은 것은 이 때문이다. 제품을 직접 보고 구입하므로 전시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곤지암에 물류창고와 공장을 둔 토탈석재는 대리석 테이블, 생활 소품을 판매하는 르마블Le Marble이라는 브랜드를 따로 론칭해 리빙 시장에 적극적으로 제품을 내놓는다. 다양한 색상과 질감의 석재를 알리기 위해 전시 행사에도 지속해서 참여하기도 한다. 일신석재는 규모와 제품의 종류, 그리고 업체 네트워크가 주목할 만하다. 이천에 위치한 기존의 물류단지에 2,600㎡규모로 제품을 전시하고 소개하는 공간을 운영한다. 예전에는 단순히 창고 개념이었다면 지금은 종류나 산지에 따라 분류해 소비자가 원하는 색상이나 무늬를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전시한다. 신흥스톤은 논현동에 전시장이 있어 상대적으로 방문이 쉽다. 대리석, 화강암 제품을 살펴볼 수 있고 작은 규모지만 테이블 상판이나 트레이 등 소품도 제작해 판매한다. 또한 다른 재료와 결합한 새로운 자재를 적극적으로 생산한다. 그중 석재를 3mm의 두께로 최대한 얇게 켜서 다른 소재로 된 바탕재에 붙이는 타일이나 패널 제품은 석재의 단점인 무게를 줄여 시공성을 높여준다.

 

 

 


​​​​* 원문 및 작성 :감매거진(garm.8appl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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