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RM] 도시를 기억하는 석재
2023-12-13 720
도시를 기억하는 석재
가장 오래된 건축재료
석재는 흙, 목재와 더불어 인류가 가장 오래전부터 사용한 건축재료다. 자연이 만들어 낸 단단함은 풍화와 마모에도 강해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다. 무겁고 가공이 어려운 것이 단점이었으나, 기술이 발달하면서 쓰임새는 더욱 늘어났다. 구조재로 사용되던 석재는 철근콘크리트와 철골구조가 발달한 이후에는 마감재로 변신하여 도시에 다채로운 표정을 만들고 있다. 매일 등교하는 학교 건물이나 출근하는 사무실 빌딩, 법원과 구 청사를 비롯한 관공서, 원룸으로 들어찬 빌라까지. 석재 건물은 의외로 붉은 벽돌로 지은 연립주택만큼 흔하다. 열에 여덟은 회색 바탕에 검은 점무늬로 익숙한 화강암 패널을 사용한 건물로, 3~4층 빌라부터 고층 빌딩까지 규모와 관계없이 적용 방법은 비슷하다.
석산에서 채취된 암석은 건축용과 도로포장용 판석, 토목용 경계석과 조경석, 조형물을 제작하는 공예용 등 다양한 용도에 적합한 형태의 제품으로 생산된다. 특히 건물의 내외장재로 쓰이는 건축용 판석은 고유한 색상과 무늬, 그리고 표면의 질감을 처리하는 방법에 따라 다채로운 모습으로 변하며 건물의 외관과 분위기를 좌우한다. 표면 처리 방법은 연마, 버너구이, 잔다듬, 줄다듬, 혹두기 등이 있다. 연마는 연마석을 이용하여 광택이 나도록 매끈하게 갈아내는 방법으로 내장재에 많이 쓰인다. 반면 날망치나 기계로 표면을 쪼는 잔다듬은 주로 외장재에 쓰인다.
산지관리법 제2조 4호에서는 석재를 석산에서 채취하여 건축용, 공예용, 조경용, 골재용, 토목용으로 사용하는 암석으로 정의하고 한국산업표준규격에서는 포천석, 거창석처럼 지역 명칭 뒤에 ‘석’을 붙여 세부적으로 분류한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건축용 석재는 암석의 종류에 따라 화강암, 섬록암, 반려암, 흑색사암, 현무암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국산 화강암은 바탕 색상에 따라 백색 바탕에 검은 반점이 있는 백색 계열과 분홍색 바탕에 검은 반점이 있는 분홍색 계열로 구분한다. 백색 계열의 화강암은 건축용으로 가장 많이 생산, 판매되는 것으로 특히 포천, 익산, 거창에 풍부하다. 각각 포천석, 익산석, 거창석이라 불리며 이외에 가평석, 동해석, 남원석, 상주외남석, 안동석이 있다. 익산석은 낭산면과 함열읍, 황등면에서 생산하고 있어 이를 따로 낭산석, 함열석, 황등석이라 지칭하기도 한다. 분홍색 계열은 건물의 일부분에 디자인을 강조하는 요소로 쓰이며 운천석, 상주화북석, 장흥홍석이 있다. 섬록암은 녹회색으로 고흥, 담양 등 전라남도에서 풍부하게 생산되고 흥에서 나는 고흥석이 대표적이다. 반려암은 검은색 계열로 함양군 마천에서 생산되는 마천석이 유일하다. 오석이라고도 불리는 흑색사암은 보령석으로 묘비나 간판 등에 많이 활용되며, 현무암은 제주도에서 생산되고 주로 지역 내에서 쓰인다.
철과 유리 등의 산업재는 공장에서 규격대로 생산되어 품질에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국내의 화강암과 이탈리아의 대리석은 석종부터 색상과 무늬, 물성까지 어느 것 하나 공통점이 없다. 특히 국내시장은 수입의 비중이 높아 적절한 제품을 골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유통업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석재업체는 크게 생산, 유통, 가공, 시공 네 가지로 나뉜다. 여기서 생산은 석산에서 암석을 채석해 원석이나 20~30mm의 얇은 두께로 잘라 원판slab으로 만드는 1차 생산을 뜻하며, 이를 규격에 맞게 재단하거나 표면을 마감해 제품으로 완성하는 2차 생산은 가공이라 한다. 석재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게 되면서 생산보다는 유통과 시공 업체의 비중이 높다. 다른 건축재료와의 차이점은 같은 석재라도 표면을 어떻게 마감하느냐에 따라 색감과 질감이 달라진다는 것. 그래서 표면 처리, 재단 등의 가공 공정 또한 중요한데, 대부분 유통업체는 기본적인 가공도 함께한다.
석재의 선택
원하는 디자인을 어느 정도 생각한 후에 제품을 고르고, 샘플보다는 매장을 방문해 자재나 시공 사례를 직접 보는 것이 좋다. 용도나 물성에 대해서도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적합한 제품인지 확인을 거쳐 결정해야 한다. 석재를 고를 때에는 먼저 표면에 균열이나 흠, 깨짐 등 눈에 보이는 하자가 있는지 살펴본다. 두 번째는 용도와 흡수율이다. 가령 흡수율이 높은 석재를 주방이나 화장실 등 물을 사용하는 공간에 쓰면 쉽게 오염되거나 하자가 생길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석종마다 고유한 색과 무늬가 다르므로 원하는 공간의 분위기에 따라 선택지도 다양하다.
최근 석재 유통 시장은 기존의 시공업체나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외에 소비자에게 직접 어필하는 방향으로 점차 변하고 있다. 아직 석재 시공사나 가공업체, 건설사 등 업체가 구매하는 비중이 크지만, 셀프 인테리어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일반 소비자의 관심이 늘면서 유통업체에서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가장 많이 시도하는 방법은 전시장의 규모를 넓히고 여러 제품을 전시해 다양한 무늬와 색상의 제품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석재는 같은 석종이라도 색상과 무늬가 제각각이라 대부분 전시장에서 제품을 확인하고 현장에서 바로 구매한다. 유통업체마다 온라인이나 전화 주문보다는 오프라인 구매의 비중이 높은 것은 이 때문이다. 제품을 직접 보고 구입하므로 전시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 원문 및 작성 :감매거진(garm.8appl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