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us] 기후 위기 시대의 신개념 메탈
2023-08-01 929
기후 위기 시대의 신개념 메탈
전 세계적인 기후 위기가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침에 따라 제품의 원료 선택부터 생산 공정 및 유통 과정의 투명성에 이르기까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전반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류 문명을 크게 발전시킨 주인공인 메탈의 경우, 높은 탄소 배출량으로 인해 기후 위기의 중대한 원인으로 손가락질 받음에 따라, 관련 산업계에서는 다양한 저탄소 메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아예 무탄소, 탈탄소를 내세우며 친환경 이니셔티브를 이끌어가는 모습도 포착된다. 특히 전기차 산업에서 에너지 절감을 위해 차체 무게를 줄이는 초경량 메탈에 대한 관심을 크게 보이고 있다. 한편, 디자이너들은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제품에 부여하면서, 탄소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작업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그 예로, 원초적이면서 유기적인 미학을 받아들여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러운 변화를 허용하고, 원시적인 형태를 기반 삼아 과도하게 가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토양 속에서 자연스러운 산화효과를 만들어내는 금속공예가 Adi Toch, 원초적인 알루미늄의 크러스트를 활용하는 Studio ThusThat, 무탄소 철강을 개발 중인 SSAB, Vestre의 무탄소 철강을 활용한 벤치, ELYSIS의 무탄소 알루미늄, 초경량 알루미늄 합금 NemAlloy 사례를 살펴본다.
1. Adi Toch
이스라엘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하는 금속공예가 아디 토흐(Adi Toch)는 금속, 그중에서 구리로 그릇을 만든 후 흙 속에 묻어 다채로운 파티나 녹청을 만들며 자연에서의 산화 과정에 의한 매혹적인 표면 피니싱을 표현한
다. 그의 작업 [Shrouded]는
오브제에 사해의 진흙을 덮고 5개월 동안 땅에 묻는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다색의 파티나와 부식이 어우러진 예상치 못한 변형은 땅으로 돌아간 금속이 보여주는 생명의 단계이자, 잊혀진 것을 세상으로 꺼내는 고고학적 발굴의 맥락을 전달한다.
암스테르담에서 활동하는 스튜디오 더스댓(Studio ThusThat)은 산업 폐기물 리사이클에 관심을 갖고 과학적인 분석과 함께 스토리를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이들은 구리 광산에서 채굴한 원물을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온 폐기물인 슬래그를 저탄소 콘크리트의 대안물로 삼은 가구 작품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작년 더치 디자인 위크(Dutch Design Week)에서 발표한
현대 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료인 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유해 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이는 제철소에서 사용하는 제철 과정에 그 원인이 있는데, 고로에 석탄과 코크스를 넣고 태워 1,500도 이상의 고온 상태에서 철광석을 녹인 후 철을 뽑아낼 때 일산화탄소가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하는 환원 반응을 일으키며 이산화탄소가 대량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래에는 수소 환원 제철 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는 석탄이 아닌 수소를 환원제로 이용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산화탄소 대신 물을 부산물로 배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제철 산업은 철광석 채굴부터 철을 만들어 내는 과정까지 거대 규모의 생태계가 작동하기 때문에 제철 방식이나 고로만 교체한다고 문제가 손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따라서, 스웨덴의 글로벌 철강업체 SSAB는 철광석 채굴 업체인 LKAB와 대체에너지 전문 기업인 Vattenfall과 협업해 철 덩어리 채굴부터 제철까지 전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기술인 HYBRIT(Hydrogen Breakthrough Ironmaking Technology)를 2016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즉, LKAB가 바이오매스에서 추출한 바이오 오일로 기계를 구동하여 철광석을 채굴하면 SSAB는 Vattenfall에서 공급받은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수소 환원 제철 방식으로 철강을 생산하는 프로세스이다. 2021년 SSAB는 마침내 무탄소 강철 시제품을 출시했고, 이를 기념해 스웨덴 디자이너 레나 베리스트룀은 세계 최초 무탄소 강철 조각을 활용한 오브제인 [A piece of the future]를 발표했다. 이후 SSAB의 무탄소 강철은 작년 3분기부터 볼보 트럭에 실제로 쓰이고 있으며, SSAB의 계열사인 Ruukki Construction은 올 해 샌드위치 패널, 파사드 클래딩, 루프 등 건축 자재를 무화석 연료 철강으로 만들어 세계 최초로 시장에 출시했다.